생각

글이 날아갔습니다

제과점장 린곰 2024. 2. 13. 21:51

목차

 

글이 날아갔습니다.

 


글이 날아갔습니다.

 

넵 여러분. 글이 날아갔습니다.

새 책을 읽은 다음에 언제나처럼 리뷰를 작성하려고 글을 썼습니다.

다 작성한 후 티스토리 임시저장을 눌렀고, 글을 점검하려 했는데,

오류인지 뭔지 나갔다 들어오니까 임시저장이 아예 안되어 있더군요.

 

.

진짜 슬프네요.

하...

 

제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

글이 날아간 건 이미 확정사항인 것 같습니다.

다만, 글이 날아간 이후의 저의 마음가짐은 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죠.

 

가장 최근의 글인 [무소유]에서 나온 말처럼,

'물건을 잃었는데 마음까지 잃으면 크나큰 손해' 아니겠습니까.

 

지금 글이 날아간지 10분도 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다시 평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문학의 지혜에 감사하기만 합니다.

 

애초에 '제가 작성한 글'을 제 것이라 생각해서 잃어버리니 마음 아픈 게 아닐까요?

원래 뜯어보면 '내 것'이란 존재할 수 없는데 말이죠.

세상 모든 것은 Gift입니다. 선물받은 거죠.

재능의 영단어가 Gift인 이유도 아마 같지 않을까요.

 

우연히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받았고, 이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 반납할 품목입니다.

이 능력으로 창조해냈고 사라진 글 역시,

노트북 / 전기 / 다수의 책 등 여러가지 기반품목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존재였죠.

사라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차피 제 것이 아니었다고 마음먹으면 편해지기는 합니다.

 

자기합리화 아니냐구요?

그럴지도요.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인간의 속성이 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을 합리화하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합리화의 정도입니다.

내가 잘못한 것이 맞는데 내 잘못 아니라고 합리화하지는 않는가? 죠.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합리화가 도를 넘어,

너희들이 나쁘다고, 나는 이렇게 무결하고 순백한 존재인데 그런 나에게 잘못하는 너희는 정말 나쁘고 악독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피해의식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의식을 갖지 말도록 스스로를 다잡아야 함을 느낍니다.

이번만 해도 말이죠.

'글을 썼는데 잃어버렸어!'

'아니, 내가 그렇게 노력했는데! 이건 아니지! 억울해.'

'진짜 왜? 컴퓨터의 오류가 내게 피해를 준다는 게 말이나 돼? 왜 이런거야?'

라는 생각이 솔솔 피어올랐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는 걸 보니 인간의 죄는 남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것이 저의 인격과 가치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죠.

그래서 저는 남탓을 멈췄습니다.

뭐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오류가 있어서 글이 날라갔겠거니 하는 거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 오류가 문제가 아니라고 억지로라도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저의 성장에 도움이 될테니까요.


글이 날아가서 조금 심란했습니다.

이리저리 격하게 떠오르는 제 생각을 적어보았는데,

부디 이것이 너무 틀린 말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짧은 푸념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손님들과 저를 위해 맛있게 책을 굽겠습니다. 

- 제과점장 린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