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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미 구매했다.' -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제과점장 린곰 2024. 2. 21. 08:44

'키히히히! 너는 이미 내가 조종한 대로 여기에 온 거야...'

"어서 맛난 빵을 사서 돌아가라구! 크하하하!"

'큐'의 일관성,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중.

 

목차

 

뇌의 원리(한정판)

결정한다는 착각


옆사람을 조종하는 무시무시한 방법


 


뇌의 원리(한정판)

 

평화로운 퇴근길입니다. 
오늘은 일이 너무 고단했어요. 어우 힘들어...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죠.
그런데, 갑자기 멧돼지가 나타났습니다.
저를.. 보고 있네요? 
????????

잠깐 컷!

이 상황에서,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우리는 시각으로 저 앞의 멧돼지를 인식했어요. 

잉? 왜 저게 저기 있지? 왜??

앞에 있는 것이 멧돼지든, 자동차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를 위협한다는 사실', '내가 위험에 처해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따라서 뇌의 공포 담당 부위인 '불안/공포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이 부위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과 코르티솔Cortisol이 많이 분출되는데, 

어려운 말은 빼고요.

'지금 위험하니까 당장 튀어 인마!'라고 외치는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몸의 심장박동은 쿵, 쿵, 쿵하고 증가할 겁니다.

(노르아드레날린의 각성 작용 - 신체를 더욱 잘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

또한 우리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낄 테죠.

(코르티솔의 불안/스트레스 작용 - 이 상황을 꺼리게 만들어 도망치도록 하기 위해서)

 

간단하게 보면, 감정은 우리의 '행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감정 없이 '그냥 뒤로 걸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너무 무서워서 빨리 도망가고 싶은 사람이 더 잘 살아남을 거예요. 그렇죠?

우리는 그렇게 '더 잘 살아남은 조상'의 후예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감정을 느낍니다. 

즐겁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무섭죠.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조종합니다. 
어떻게 조종하냐구요?

흠... 간단한 예시가 있죠.

 

아주 맛있고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지나요? 

네, 그럴 겁니다.

'단 음식'의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당분을 선호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다음에도 또 맛있고 달달한 음식을 먹고 싶나요?

음. 그렇죠.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면요!

다시 먹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방금 여러분들은 감정의 위험한 원리를 배우셨습니다.

바로 '좋은 감정을 느낀 행동은 반복한다'라는 사실을요.

여기서 중요한 건 감정입니다.

그냥 '재밌으면' 그 행동이 뭐든 상관없이 계속합니다.

'행복하면' 그게 뭐였든 계속 다시, 다시 합니다.

우리는 좋은 감정을 다시 느끼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을 반복하는 거죠.

나쁜 감정을 느낀 행동은, 당연히 그만하겠죠?

불에 손을 가져다 대면 뜨겁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처럼 간단한 학습입니다.

 

이렇게 우리 뇌 속에 들어차 특정 감정을 만드는 공장은 '감정 시스템'입니다.

다른 말로 행동하고 싶은 욕망을 만드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간은 진화하면서 많은 일을 겪어왔습니다.

'성욕'을 가진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았고,

'지배욕'을 가진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우월했기에 많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고,

'결합욕'을 가진 개체가 사회적으로 더욱 받아들여졌기에 많이 살아남았습니다.

진화란 살아남은 개체에게 주는 훈장이니까요.

 

모든 감정 시스템의 행동 원칙은 생명 욕구입니다.

그러니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우리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 자고 싶다는 욕망, 숨 쉬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다는 거죠.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이 없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 보죠.

이 감정을 가진 개체는 상대적으로 '살아남고 싶은' 개체에 비해 생존율이 떨어질 겁니다.

더 많이 죽고, 따라서 개체수가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감정을 지닌 개체가 멸종하겠죠.

살아남지 못해서입니다. 이렇게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다양한 욕망을 탑재했습니다.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균형 시스템, 자극 시스템, 지배 시스템이죠.

말은 너무너무 어렵지만, 걱정 마세요!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균형 시스템은 안전 욕구입니다. 

안전해라! 위험을 피해라!라고 외치는 호르몬을 만드는 감정 공장이죠. 

아까 말했던 코르티솔Cortisol이 이 공장에서 생성됩니다.

성공적으로 '안전'해졌다면 '안정된 기분'을 느끼고,

안전해지는 것에 실패할 때는 불안, 공포, 공황 등의 '공격받는 기분'을 경험합니다.

 

자극 시스템은 새로움 욕구입니다.

즐거운 것! 새로운 것! 예상치 못한 것! 을 찾는 호르몬을 만드는 감정 공장입니다.

늘 새로운 것만을 좋아하는 말썽쟁이죠. 

여러분도 많이 아시는, 도파민Dopamin을 생성하는 공장입니다.

새로운 자극을 찾으면 도파민으로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주죠.

늘 보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지루함'을 느끼게 만들어서 우리를 행동하게 합니다. 

 

지배 시스템은 권력 욕구, 우월 욕구입니다.

더 좋은 것! 경쟁자 타도! 영역 확장! 뭐 이런 원초적인 욕망을 제작하는 공장입니다.

'지배, 권력, 우월'이라는 표현이 안 좋게 보이실 수 있지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남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감정이 없었다면 인간은 발전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 공장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은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입니다.

뛰어난 성취를 거두었거나, 권력을 얻었다면 자부심, 승리감, 우월감 등으로 보상해 주죠.

실패했다면 짜증, 분노, 불안 등으로 '처벌'당하게 됩니다.

다음에 실패하지 말라는 소리죠. 

 

이외에도 진화하느라 덧씌워진 너무너무 많은 '시스템'들이 있지만요!

크게 보면 다 이 범주 안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시스템들을 체계적인 도표로 정리한 표가 있으니, 바로바로!

Limbic 맵입니다.

아까 말했던 '시스템'들이 이 안에 들어가 있다.

 

Limbic 맵은 아주 혁신적이게 인간을 분석할 수 있어요.

Q. 왜 어떤 사람들은 비싼 명품을 살까요? 
A. 명품을 삼으로써 '타인과는 다르다', '우월하다', '아무나 못 하는 것을 나는 한다', '예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려고 산다' 등의 욕구를 충족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자보다 뛰어남'을 목표로 하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호르몬이 많기 때문에 이런 욕구를 느낍니다. 
따라서 '명품을 구입한다'라는 행위로 타인보다 우위에 서려합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의 행동, 그 기저에 깔린 '이유'를 알 수 있죠.

엇!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평소에 불안에 떨지?
- 균형 시스템의 생산품인 코르티솔이 너무 많구나!
평소에 특권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 지배 시스템이 주요 공장이구나!
맨날 엉뚱하고 뭐 하는지 모르겠는 친구다?
- 자극 시스템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구나!

이런 셈이죠.

 

이런 '감정 농도'의 차이로 인해, 사람들은 매번 다른 선택을 합니다.

누구는 자동차라면 그냥 굴러만 가면 되는 〔이동수단〕으로 여기지만,

누구는 자동차라면 무조건 빨라야 할 겁니다. 강하고 멋있어야 하는 〔상징〕이죠.

다른 누구는 가족들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든든함〕을 원할 겁니다.  

또 누구는 〔개성의 표현〕이라면서 차를 구매하겠죠. 아주 자극적인 도색으로 말입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감정의 양상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비하는 물건이 달라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감정을 충족시켜 줄 물건을 더욱 좋아하기 때문이죠.

물보다 음료수를 더 좋아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더 맛있고, 더 즐거우니까죠.

 

"사람의 감정을 많이 자극하는 물건일수록 더욱 가치가 높다."

 


 

결정한다는 착각

 

우리는 방금 전 뇌의 가장 중요한 원리를 배웠습니다.

'좋은 감정을 느낀 행동은 반복한다.'

'나쁜 감정을 느낀 행동은 그만둔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굉장히 무서운 거예요.

 

우리의 자아는 여기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제 의지로 '나쁜 감정'을 느낄 수 있나요?

이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제 마음대로 벌레를 보고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나요?

유튜브에서 강도를 보고 '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요?

못할 겁니다. 

인간의 의식은 관람하는 존재거든요.

 

만약에, 480만 원짜리 시계가 있어 그걸 구입한다고 생각해 보죠.

그때 사람의 뇌 속에 있는 다양한 시스템, 감정 공장은 이렇게 말할 거예요.

'저게 그만한 가치가 있어? 무려 480만 원이라고!'라고 말하는 균형 시스템.

'재밌겠는데? 당장 하자!'라고 말하는 자극 시스템.

'저것을 사서 너의 위엄을 보여라.'라고 외치는 지배 시스템.

 

마치 천사와 악마가 속삭이는 듯한 멘트입니다.

그런데, 얘네들은 저한테 말하는 게 아니에요. 지들끼리 알아서 처리합니다.

 

'균형 시스템'이 우위인 사람은 구매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 저것을 사는 게 스트레스거든요. 돈을 잃는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스트레스받는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최고 원리입니다.

 

'자극 시스템'이 우위인 사람은 구매할 겁니다.

왜? 저것을 사면 새롭고 즐겁거든요!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다니는 것이 최고 원리이기 때문이죠.

 

'지배 시스템'이 우위에 선 사람은 구매할 겁니다.

왜죠? 나는 경쟁자들과 다르거든요. 

경쟁자들은 저 물건을 살 능력이 없지만, 나는 있기 때문이죠.

나는 그들보다 우위에 서 있습니다.

 

구매하느냐 마느냐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의 교차는,

머릿속에서 누가누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나~ 하고 감정들이 싸우는 거예요.

이러 감정은 저의 의지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모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뇌의 어떤 부분'이 서로 자동적으로 반목하고 화해하는 것뿐이죠.

그 결과에서 '이긴' 감정이 곧 우리의 선택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우리는 '내 의지, 내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의식적인 자아는 의사결정을 한다기보다는, 내면의 난투극을 관람하는 관객입니다. 

이게 바로 충동구매 같은,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이죠.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지들끼리 결정해 버리니까요. 

 

어느 한 감정 시스템이 너무나 우세에 있기 때문에, 다른 반박 없이 그대로 머릿속에서 통과되는 것. 

우리는 이런 것을 즉각적인 결단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진부한 예시지만 이런 거죠.

[호랑이를 보면? -> 무섭다 -> 도망친다!]의 과정에서,

[무섭다]를 더 강하게 느낄수록, 더욱 빨리 도망칩니다. 

그런 감정이 [관찰한다] 등의 다른 판단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충동구매에서도 같습니다. 

물건을 보자마자 [가지고 싶다]라는 욕망이 아주아주 많이 높아지면,

[산다]라는 행위를 고민하지 않고 합니다. 

아주 짙은 농도의 감정이 [신중한 소비]라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정의 원리는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강제로 만장일치를 만들어버리는? 반대편을 숙청하는 느낌도 조금 있고요.

어떤 감정의 농도가 짙으면 짙을수록, '다른 판단'을 더욱 빨리 숙청합니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행동하죠. 

 

우리의 호불호, 모든 성향, '당연한 것'은 이런 원리로 만들어집니다.

뇌는 단순한 것을 엄청엄청 좋아합니다. 

[단순한 것 =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기 때문이죠.

인간은 '빵 위에 소스를 올리고 그 위에 다진 고기로 만든 고기 뭉치를 올린 후 야채를 올려 빵으로 덮은 요리'보다, '햄버거'를 선호합니다.

그야말로 당연하죠.

어느 누가 '햄버거'를 놔두고, 복잡하고 이상하게 쓰인 단어를 하나하나 해독할까요!

 

복잡한 메시지를 보면 고통 및 처벌을 담당하는 감정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우리는 그래서 스트레스를 느끼고, '나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다시 그런 문장을 보지 않습니다.

 

반면, 단순한 메시지를 볼 땐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그래서 '즐거움'을 느끼고, '좋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단순한 것을 선호합니다.

 

인간은 이렇게 '좋은 경험을 느낀 것'을 뇌 속에 꾹꾹 저장합니다.

'나쁜 경험을 느낀 행동'도 저장하죠.

이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빅데이터', '관상', '싸함','촉'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죠.

 

우리는 과거의 모든 상황과 결정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지 '어떤 느낌을 받았다.'만 기억할 뿐입니다. 

그렇게 느낀 '느낌'의 중첩, 작지만 확실하게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정보들이 모여서,

어느새 두꺼운 책이 되었습니다. 바로 이게 '촉'이죠.

 

결정을 할 때 과거에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 있다면,

뇌는 무의식을 뒤져 그동안 만들어온 '촉'을 찾아올 겁니다.

이 '촉'은 그간의 인생 경험으로 축적한 무의식적인 행위와 감정의 총합이에요.

한마디로 '어떤 행동을 하면 기분이 나쁘더라' / '어떤 행동은 하면 좋더라' / '이럴 땐 이렇게 대처하는 게 좋더라' 같은 개인적인 경험이죠. 

그래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그냥... 싸하니까요. 나도 모르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답변할 수 없습니다. 

이는 '수백 번의 경험'을 통해 무의식에 쌓인, 일반화된 '행동 모형'이기 때문입니다.

A 경험을 해서 나빴다. A 경험을 해서 나빴다. A 경험을 해서 나빴다....

이렇게 'A 경험'을 통해 '나쁜 기분'이 반복해 나왔다면, 그 행동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A 경험' 말고도, 그와 비슷한 'B 경험'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합니다,

그래서 B 경험도 다시 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좋은 경험은 반복', '나쁜 경험은 중지'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데는 자신의 인생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런 감정 시스템들이 있음으로써 인간은 움직이고, 선택하고, 판단합니다.

감정이 없는 인간이라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진화적으로 매우 불리했을 겁니다.

이런 '감정'으로 인해 우리는 말하고 싶고, 먹고 싶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놈들이죠. 

단지 자기들 의견만 고집하는 놈들일 뿐이에요. 

내 말은 안 들어주고! 힝.

 

"뇌는 생각보다 꽁한 편이라 감정적인 기억을 쉽게 잊지 않는다."

 


옆사람을 조종하는 무시무시한 방법 (한정판)

 

결국 이상한 뇌 지도, 인간의 특성을 어렵디 어렵게 아는 이유가 뭘까요?

간단합니다.

써먹으려고죠!

아무리 좋은 지식이어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알지 않는 것만 못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러분들에게만 특별히 알려드리는....

인간을 조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매우 효과적이고요.

그리고 내가 조종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완벽하죠.

 

일단 간단한 예시를 통해 스스로 알아가 볼까요?

 

당신은 기분 좋게 폰케이스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살 물건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요.
그러고 보니 마침 키링을 하나쯤 더 사고 싶었기도 했습니다.
좋은 기회네요.

기분 좋게 키링을 하나씩 고르던 중,
직원이 찌푸린 얼굴로 물건을 쿵 내려놓고 진열합니다.
누가 봐도 일하기 싫어하는 태도예요.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키링을 봅니다.
그런데, 어라라?
아까 전만큼 키링이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뭐랄까. 사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네요.

그렇게 가게를 나온 후, 음식점에 가서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폰케이스 매장에 들어가서 키링을 봤죠.
아까 봤던 디자인입니다. 오. 예쁘네요!
망설이지 않고 계산대에 가서 결제합니다.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생글생글 웃는 직원의 말투가 퍽 인상적입니다.
즐겁네요!

 

위의 사례는 책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약간의 변형을 주어 작성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뭘까요?
일할 땐 표정관리를 잘하자? 고객의 마음은 갈대?

비슷한 답이지만, 안타깝게도 진짜 정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정답은 바로,

'사람은 주위의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직원의 '화난 얼굴'이 스쳐 지나가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화난 사람은 위험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살면서 배웠어요.

즉, [화난 사람 = 위협적]이라는 일반화가 가능해지죠.

따라서 사람은, 아니 인간의 뇌는 옆의 '화난 얼굴'의 위협에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뇌의 감정 공장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내뿜습니다.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야! 빨리 나와!'라는 감정이 솟구치죠.

 

물론 화난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뇌의 생각만큼 그렇게 위험한 일이 아닐 겁니다.

따라서 감정의 농도도 옅죠. 우리는 바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짧은 순간 스쳐간 직원의 얼굴이 우리의 좋았던 기분을 이상하게 바꿔놓았어요.

무의식 속에 직원의 얼굴이 저장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되고, 이것이 부정적인 기분을 일으켰습니다.

따라서 그 가게에서 구매하는 행위가 꺼려진 거죠.

 

이런 아주 작고 간단한 정보의 전달로도 뇌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뇌는 아주 개복치 같은 놈이라, 조그만 스트레스에도 위협을 느껴 도망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좋은 기분에는 스스로를 느긋하게 만들어 깊게 생각하지 않죠. 

 

그렇다면 이 말을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사람의 '느낌'을 조작하는 기술이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실제로 있죠.

바로 '큐 매니지먼트'입니다.

 

방금 사례에서 본 종업원의 표정, 가게의 온도, 조명, 음악...

모든 것들로부터 인간은 정보를 얻습니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자극들을 '큐'라고 말하죠.

아주 사소하고 사소한 디테일들이죠.

 

좋은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맛있게 먹었어요.

음악도 잔잔하니 좋고, 가게도 화사합니다. 직원들도 너무 친절했어요.

그런데, 결제하는 카운터에서 5분 동안 기다렸어요.

그렇다면 그 음식점에는 좋은 기억이 남을까요? 나쁜 기억이 남을까요?

 

안 봐도 뻔합니다. 나쁜 기억이 남죠.

왜일까요? 수많은 좋은 경험 중 나쁜 경험 단 한 방울인데. 

그 이유는 아까 나왔습니다.

인간은 기억을 느낌으로만 기억하기 때문이죠.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2024년 2월 20일 X시 X분 경기도 김포시 위치한 00 가게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먹었다'라고 기억하지 않아요.

그냥. 깔끔합니다.

'여기 괜찮네.' / '별로네' 하고 끝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이런 식입니다.

결코 정확할 수 없고, 완벽할 수도 없죠.

최대한 뇌의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는,

정확성을 포기하고 '대충 빨리빨리'하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오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저의 이전 리뷰인 [휴리스틱과 설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르면 바보 되는 설득의 기술 - [휴리스틱과 설득]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단지 그게 아니란 걸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 -본문 vi page 목차 찍느니만 못한 인간 정신력이라는 함정 이런 '기준'이

book-cookie.tistory.com

 

큐 매니지먼트는 인간의 '빨리빨리 성향'을 위한 기술입니다.

'정보를 빠르게 판단해서 정확할 수가 없다고?'

그렇다면 '특정 정보'만 준다면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이겠네!

인 거죠.

 

예를 들어보죠.

고가의 스포츠카는 엄청나게 멋집니다. 물론 누구는 사치품이라며 싫어하겠지만요.

이런 자동차는 일단 성능이 엄청납니다. 와우! 시속 100km/h까지 올리는 데 단 6 초라니!

그리고 매우 비싸죠. 아무나 못 삽니다.

게다가 뚜껑이 열려요! 너무 자극적인 하차감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또 어떻고요?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정열적인 붉은색은 심장을 울리게 만듭니다. 피가 끓네요.

 

위의 모든 속성은 '지배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문구들입니다.

남들보다 비싼 차를 타고, 아무나 못하고, 엄청나게 뛰어난 성능.

특별하고 자극적인 '우월감', 사회적인 성취감.

지배적인 성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 문구들에 홀릴 겁니다.

그들은 '남들보다 더'를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니까요.

 

방금 보신 것처럼 '고가의 자동차'는 일관된 느낌을 줍니다.

'지배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말이죠.

 

강렬한 느낌, 우월한 느낌, 멋있는, 자극적인, 특별한, 강력한 등의 속성을 조합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음악, 말, 색깔, 물건의 조형, 분위기, 성능으로 표현하는 거죠.

이렇게 나온 제품은 매우 일관적입니다. 

일관된 제품은 마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딱 맞춰' 나오는 것과 같아요.

특정 소비자를 위해서만 이 제품을 출시하는 겁니다. 아주 매력적이죠.

 

다른 경우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부드러운, 온화한, 안전한, 신뢰감 있는, 귀여운, 가족 친화적인, 다치지 않는 등의 속성을 조합합니다.

그리고 이런 속성을 색깔, 디자인, 물건의 형태, 사용감각, 촉감 등으로 표현합니다.

이 제품은 바로 아기용 침대입니다.

아기에게 '위험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둘 어머니는 없을 겁니다. 그렇죠?

이것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가족적인' 성향을 자극하는 제품이죠.

 

이런 식으로 특정 집단을 목표로 '일관되고 고유한 느낌'을 주는 기술.

이것이 '큐 매니지먼트'입니다.

 

엄청나게 효과적이고, 아무도 조종당했다고 느낄 수 없는 마법입니다.

당연하죠. 왜냐면 우리는 제품을 '잘' 만들었을 뿐이니까요.

선택은 그들 스스로 한 겁니다. 

 

"일관된 가치를 보이는 '큐'를 이용해, '특정하고 일관된 느낌'을 주는 기술."

 


이번 책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입니다.

난해하고 어려운 뇌과학적 지식이 필요했던 책이지만,

작가의 필력이 매우 우수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인간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무슨 목적으로 물건을 사는가?

이런 속성을 이용하여 마케팅을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등에 상세히 답하는 아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마케팅 서적이었습니다.

이번 책은 정말로, 정말로 '위험한' 지식이니. 

부디 경쟁자가 이것을 보지 않기를 바라주세요. 

우리만 봅시다. ㅎㅎㅎㅎㅎ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손님들과 저를 위해 맛있게 책을 굽겠습니다. 

- 제과점장 린곰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