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 단지 그게 아니란 걸 깨닫지 못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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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느니만 못한 인간
비행기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을까요?
아니면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정답이 궁금하시면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정답은, 자동차 사고 확률이 더 높습니다.
무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인원의 3배나 자동차 사고로 사망합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이 많을까요? 상어에게 물려서 죽는 사람이 많을까요?
정답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번에는 무려 30배의 차이로 상어보다 비행기가 사람을 더 많이 죽이죠.
두 문제 다 맞추셨으면 축하드립니다!
'심리의 오류'를 정확히 알고 계신 손님들이시라 감히 생각하겠습니다.
귀한 손님들께서 저의 글이 맞는지 안 맞는지 검토해 주시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의 결과로 볼 때,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3배나 안전합니다.
다른 말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더욱 위험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저는 '운전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본 적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설문조사를 해보면, '비행 공포증'은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 이럴까요?
책 [휴리스틱과 설득]에서 그 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절약정신 때문에 오류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자, 여기 원시시대의 흔들리는 수풀을 보는 우리 조상이 둘 있습니다.
우리 조상 박갑이
'저건 뭐지? 풀이 흔들리니까 바람인 건가? 아니면 지진인 건가? 누가 풀숲에 숨었나? 어떻게 분간하지? 저 풀이 왜 흔들렸을까? 왜 내가 있을 때 흔들린 걸까? 저 올빼미가 앉아서 그런 걸 수도 있어. 확신하지 말고 계속 생각해 봐.'
우리 조상 방길이
'수풀이 흔들리네? 일단 떨어지자.'
수풀이 흔들리는게 그리도 중요할까요!
중요한 건 뒤에 호랑이가 숨어서 우리를 저녁식사의 메인 디쉬로 만들 수도 있다는 '추측'입니다.
이런 추측은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한 채로도 기능합니다.
'수풀이 흔들린다'라는 파편적인 정보로도, '호랑이'라는 결론을 어림짐작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호랑이'의 진짜 존재 유무에 관계 없이 말이에요.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하고,
남는 정신력은 아끼는 조상들이 호랑이의 접시에 올라가지 않을 수 있었겠죠?
여기서 말하듯이 단순하게 결정하는 뇌의 무의식적인 습관.
특정 정보나 기억의 파편으로부터 빠르게 어림짐작해 결론을 내리는 기술.
이것이 휴리스틱입니다.
위의 자동차 문제도 이젠 설명이 됩니다.
많이 보고 들은 것일수록, 최근에 경험한 것일수록, 생생한 메시지일수록 더 잘 기억됩니다.
분명 자동차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났지만,
비행기 사고가 더 충격적인 메시지이기에 우리 뇌에 달라붙었죠.
같은 원리로 비행기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났지만,
여름철이면 상어가 나오는 공포 영화를 본 우리는 더욱 충격적인 상어 식인 사건만 기억합니다.
"인간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정신력이라는 함정
'정신력이면 다 된다'
'하려는 노오오오오오력이 중요한 거야!'
이런 말들 한 번은 들어보셨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
일명 '인지 자원cognitive resources'은 한정판입니다.
쉽게 말해서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죠.
인간은 운전하면서 핸드폰에 집중할 수 없어요.
'운전'이라는 행위가 집중력을 다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운전할 때 '핸드폰 화면'에 더 집중한다면...
이 차가 곧 사고가 날 거라는 걸 예측하는데 양자컴퓨터씩이나 필요하진 않겠죠?
이렇듯 인간의 집중하는 능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의 정보처리 능력도 제한적입니다.
다들 어깨 위 천사와 악마가 서로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는 장면이 뭔지 아시겠죠?
우리의 뇌에도 이렇게 두 개의 쫑알거리는 스피커가 달려 있습니다.
하나, 신중한 사고 과정을 거쳐 태도를 형성하는 중심 경로central route입니다.
다른 하나, 논리보다 휴리스틱과 추측, 단정 짓는 걸 좋아하는 주변 경로reripheral route입니다.
우리 뇌는 쉬운 길을 좋아합니다. 네, 그러니까 주변 경로 말이에요.
노력을 요구하는 힘든 사고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합니다.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힘든 생각 대신, 지름길을 찾아다니는 거죠.
그냥 "딱 보면 아는 것"을 좋아해요.
하지만 가끔 살다 보면 우리의 주의력을 넘어서는 정보량이 들어올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게임의 약관 동의설명서 같은 것들 말이에요. 혹시 다 읽는 분 없겠죠?
이렇게 과다한 정보가 들어올 경우, 우리 뇌는 이걸 힘들게 꾸역꾸역 소화시키지 않아요.
그냥 '게임사가 믿을만하니까', '이 게임이 재미있을 테니까', '시간 없으니까 대충 하자'
이런 무의식적인 생각으로 우리는 약관 동의 버튼을 누릅니다.
물론 이렇게 의사 결정을 해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휴리스틱이 '정말로 쓸모없는 것'이었으면,
진작에 이 능력을 이용하는 조상들은 멸종했을 겁니다.
종이 18213장이 마구 어질러져 있는 걸 보고, 하나하나 장수를 세고 있다가는 평생이 걸려도 모자랄걸요!
그냥 '종이 더미'라고 이름 붙이는 게 훨씬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실제 종이의 장수와는 무관하게요.
"휴리스틱을 사용하는 뇌는 빨라서 좋지만, 단지 조금 비논리적일 뿐입니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은 이곳을 참고해 주세요!
1. 우리가 이슈에 대해 심사숙고할 시간이 없을 때
2. 정보가 너무 많아서 충분히 검토할 수 없을 때
3. 이슈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때
4. 결정을 내리는 데 이용할 지식이나 정보가 거의 없을 때
5.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떤 휴리스틱(생각)이 머리에 바로 떠오를 때
위의 경우 등등에 휴리스틱이 사용되는 것이다. - 본문 i7 page
이런 '기준'이 우리를 망친다
지금부터는 저 린곰이 인상 깊게 읽은 '휴리스틱'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입니다.
말이 어렵다고요? 걱정 마세요!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은 '닻 내림 효과', '정박 효과'라고도 불립니다.
닻을 떨어뜨려서 배를 정박해 놓으면, 정박한 배는 사슬에 연결되어 닻 근처를 머물게 됩니다.
마치 주인과 산책하려고 목줄을 찬 강아지처럼, 주인을 떠날 수 없게 되는 거죠.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이 닻 내림 효과에 대해 1974년에 실행한 실험이 있습니다.
간단한 실험이니까 쉽게 읽어주세요!
1 × 2 × 3 × 4 × 5 × 6 × 7 × 8의 값은 얼마일까요?
피실험자들이 답한 값의 평균은 512였습니다.
그렇다면 말이죠.
8 × 7 × 6 × 5 × 4 × 3 × 2 × 1의 값은 얼마일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위의 질문과 똑같은 답이 나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계산식이잖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피실험자들이 답한 값의 평균은 2250이었습니다.
첫 번째 집단이 처음 본 숫자, 즉 '첫 기준'은 1이었습니다.
처음 본 기준이 낮은 값이었기에, 낮은 기준의 닻에 얽매여 낮은 숫자를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집단이 처음 본 숫자, '첫 기준'은 8이었습니다.
처음 본 기준이 높은 값이었기에, 높은 기준에게 목줄이 매여 결국 떠나지 못하고 높은 답을 말했죠.
어떤 정보를 기준점으로 하여 판단을 시작하면,
최후에 도출한 값이 처음에 시작한 기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효과.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이었습니다.
"처음이란 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거든."
몸에 좋은 담배
여러분, '천연 궐련'이 몸에 좋을까요?
'인공 화합물 첨가 니코틴 담배'가 몸에 좋을까요?
확실한 건 저는 비흡연자라 뭐가 몸에 좋을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다만 우리는 '인공 화합물'이라는 단어보다 '천연'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천연'은 몸에 좋을 때가 많잖아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인지 편향, 휴리스틱은 바로 '라벨링 효과'입니다.
사전에 설득자에게 유리한 '이름표를 씌운다'는 의미입니다.
언어, 단어, 말은 본질적으로 이미 '있는 것'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입니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새, 포유류, 도마뱀 등 각각의 '큰 단위'로 분류할 수 있죠.
이런 '큰 단위'는 공통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새'는 보통 날개가 있다거나, 깃털이 달렸다거나 하는 특성 말이죠.
'자연에서 추출한 ' 등의 이름은 누가봐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줍니다.
뭔가... '자연'에 가까운 단어와 이름인 것 같잖아요?
무구하고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 우리는 언어로 비슷한 것은 한 군데에 모아 관리하게 됩니다.
여기서 '담배'라는 이름에 '천연'이라는 몸에 좋을 것 같은 이름을 붙이면요?
'천연'들이 모이는 파티에 가면을 쓴 '담배'가 입장하게 된 거랑 똑같습니다!
본문에 나온 예시를 한번 보시죠.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하여 '희망버스'라는 라벨이 등장했다.
이 라벨링은 '희망버스'를 타는 시위대는 희망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고,
'희망버스'를 막는 공권력은 희망을 가로막는다는 부정적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언론도 보도에서 '시위버스'가 아니라 '희망버스'라는 라벨을 사용했다.
라벨을 교묘하게 이용해 설득 환경을 장악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데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한 대표적 사전 설득(라벨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49p
위 사례의 버스는 본질적으로 시위대였습니다.
다만, '희망버스'라는 이름을 붙였죠.
'희망'이들이 가득한 파티에 시위대가 입장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더욱 시위대를 희망적이고 정당하게 인식시켰죠.
다른 한 연구도 보시죠.
피실험자들은 낯선 남자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리고 남자의 직업이 '트럭 운전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후 이 남자의 몸무게를 물었을 때, 대부분은 실제보다 높게 몸무게를 말했죠.
동일한 남자를 소개받고, 이 남자의 직업을 '댄서'로 소개받은 피실험자들 역시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이 실제보다 가볍게 남자의 몸무게를 추측했습니다.
'트럭 운전사'나 '댄서'라는 라벨이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쳐
직업과 관련된 편향된 특징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한 것입니다.
'트럭 운전사는 보통 뚱뚱할 거다'라는 착각에 빠진 겁니다.
"인간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정확히 생각할 수 없다."
출처 - 기준점과 조정 휴리스틱, Kahneman, D., & Tversky, A. (1985). Evidential impact of base rates. In D. Kahneman, P. Slovic, & A. Tversky (Eds.),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pp. 153–160).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이번 책은 '윤선길'님의 [휴리스틱과 설득]입니다.
인간은 왜 편향적으로 태어났는가?
인간은 그렇다면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는가?
이러한 편향을 다루거나 예방할 수 있는가?
위의 질문들에 명쾌히 답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있지만, 충분히 얇은 책이기에 시간을 내서 읽어보셔도 만족하실 겁니다.
어렵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찾아주시는 손님들과 저를 위해 맛있게 책을 굽겠습니다.
- 제과점장 린곰 올림 -